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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에서 아내와 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40대 가장이 2년 전에도 집에 불을 질러 부모를 살해한 패륜범죄를 저지른 것이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살해 동기가 부모의 재산과 아내가 든 보험금을 노린 것으로 추정돼 물질 위주의 사회 풍토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범인은 또 아내를 살해할 때는 예행연습을 하고, 2년 전 부모를 숨지게 할 때에도 미리 들러 도주로를 확보하는 등 용의주도한 면을 보여 반인륜범죄의 극단을 보여준다.

 

◆사건 개요

=30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충북 옥천경찰서에 따르면 김모(42)씨는 지난 27일 오전 1시 쯤 아내 백모(35)씨에게 수면제를 탄 커피와 술을 마시도록 해 몸을 가누지 못하게 한 뒤 미리 준비한 흉기로 범행을 저지렀다.

김씨는 또 잠에서 깬 두살배기 딸이 살해 장면을 목격하고 울음을 터뜨리자, 탄로 날 것을 염려해 ‘아빠’라고 부르는 딸의 입을 틀어막고 목을 졸라 살해하는 비정함을 보였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범행 15일 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수면제를 섞은 커피를 아내에게 먹이면서 수면 시간과 상태 등을 관찰했고, 범행 당일에는 수면제와 함께 많은 술을 마시게 해 저항하지 못하게 한 뒤 일주일 전 범행을 위해 집 안에 숨겨둔 흉기로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가 범행 후에는 현관의 CC(폐쇄회로) TV에 찍힐 것을 우려해 범행 도구 등을 베란다 밖으로 던진 뒤 태연하게 내려와 땅에 묻거나 태우고 처남 등을 불러내 술을 마시는 등 알리바이 조작도 시도했다”며 “그러나 귀가 후 2시간 가까이 지체한 뒤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CC TV에 꼬리가 잡혔다”고 밝혔다.

 

김씨는 “4000만원이 넘는 카드빚을 진 아내가 흥청망청하는 생활습성을 버리지 않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경찰은 그러나 숨진 백씨가 지난 10월 중순 1억원짜리 생명보험에 가입한 점에 비추어 보험금을 노린 범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김씨는 경찰에서 2006년 6월 10일 새벽 1시쯤 옥천읍 부모 집에 담을 넘어 들어가 거실 등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지른 사실을 추가로 자백했다.

 

당시 안방에서 잠을 자던 김씨의 아버지(당시 85세)와 어머니(〃75세)는 심한 화상을 입고 소방관에게 구조됐지만 이틀 만에 숨졌다.

김씨는 부모가 증여한 집을 팔기 위해 미리 찾아가 침입하기 쉽게 주방 뒷문 잠금장치를 몰래 풀어놓는 등 치밀한 계획에 따라 범행을 저질렀음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김씨는 범행 후 경찰 조사에서는 “허리수술을 한 어머니가 아프다는 말씀을 자주하셨다”며 마치 동반 자살한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 진단=범죄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김씨의 비정상적 성격과 물질 위주의 사회 풍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한다.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곽대경 교수는 “부모를 살해한 후 경찰과 주변 사람들을 철저히 속이면서 착한 가장의 이미지를 쌓아왔다는 점에서 용의자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양면의 얼굴을 가진 사람으로 보인다”며 “더구나 최초 범죄가 드러나지 않으면서 자기합리화가 대담해지다보니 목적 달성을 위해 가족까지 거리낌 없이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사회병리연구소 백상창 소장은 “이번 사건은 물질만능주의와 이런 것들을 충족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원시적 감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범죄”라며 “우리 사회 전반에 사회윤리와 양심을 재교육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성격장애)’ 범죄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이번 범죄는 굉장히 잔인하면서 목적 달성을 위해 부모와 아내 등을 살해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반사회적 성격이상자인 사이코패스 범죄로 여겨진다”고 진단했다.

 

김준모, 옥천=임정재 기자 jmkim@segye.com

세계일보, 200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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