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신건강 칼럼
[매일신문 정신건강 칼럼]
2007. 6. 6
이반 4세는 러시아가 타타르의 지배를 벗어나 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군주다.
그러나 그의 치세는 雷帝(뇌제)라는 별칭이 말해주듯 극단적인 공포정치의 시대였다.
반대세력인 대귀족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했으며 자치를 지향한다고 의심되는 도시 거주민은 신분을 가리지 않고 학살했다.
이처럼 반대자를 용납하지 않는 독선과 가학성의 根因(근인)으로 사가들은 어린 시절 받았던 심리적 상처를 지목한다.
3세에 보위에 오른 뒤 섭정이었던 어머니마저 독살당하자 그는 살아남기 위해 대귀족의 눈치를 보며 굴욕적인 성장기를 보냈다.
미국의 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갤리포니아주 벽촌에서 태어나 가난하게 자랐다.
총명했던 그는 하버드대 입학 허가를 받았지만 돈이 없어서 캘리포니아주의 한 지방대학에 진학했다.
성장기에 겪은 이 같은 박탈감 때문인지 그는 동부의 명문 사립대 출신의 기자들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또 가난하게 자라 대통령에 오른 성공에 도취돼 과대망상의 기미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가다가 비행기가 워싱턴과 백악관 상공을 선회할 때 옆사람에게 “저것이 다 내것이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불우한 성장기를 거쳐 최고의 지위에 올랐으며, 고집세고 반대편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의 모습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려본다.
한국정치인의 심리상태를 유형화한 백상창 한국사회병리연구소장에 따르면 이 같은 유형은 ‘망상적 성격’(Paranoid Personality)에 속한다.
어릴 때 핍박을 받아 결코 남을 믿지 못하며 자기 이외는 모두 적으로 보는 심리상태다.
이런 유형은‘애정 착취’와 ‘병적 자기애’의 모습도 보인다. 전자는 자신의 가난이 부자나 국가 때문이라고 원망하는 사람들로, 애정에 인색하다.
병적자기애는 자신의 가치와 업적을 지나치게 과시하고 싶어하며 상대방의 사소한 과오에도 집요한 공격을 퍼붓는 성향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평가포럼 특강에서 또다시 ‘막말’을 쏟아냈다.
그 말들을 한마디로 줄이면 자기편은 옳고 반대편은 나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주치의를 정신과 전문의로 바꿔야 한다”(정두언 의원)며 대통령 정신건강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치적 발언일 수 있지만 왠지 귀가 쏠리는 것은 노 대통령의 막말이 자아내는 심각한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정경훈 정치부 부장대우 jghun316@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