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한국사회 정치적 리더의 정신건강
6·15공동선언으로 남한의 달러가 북한으로 이동
‘양극화’ 주장은 계급적 적대 의식의 발로
백상창 白尙昌·한국사회병리연구소 소장·한국정신분석정치학회 회장
정치인이 시대정신을 잘못 읽거나 사회현실을 오판하거나 심층적 민의를 잘못 진단하면 그 나라 전체는 분열과 갈등의 늪을 헤매다 파멸하게 된다.
정치인의 정신상태가 중요하며 정신병리적 증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1940년대 미국의 정치학자 H. D. 라스웰(Harold D. Lasswell) 교수가 주장했다. 라스웰 교수에 의하면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구호는 자신이 감춘 사적 욕구를 듣기 좋게 합리화시켜 나타낸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는 한국 사회병리의 근본 원인이 한반도의 분단에 있음을 인식해 남북의 이데올로기 문제와 정치 지도자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해방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물질=돈=권력=일류대를 위해 뛰는 동안 ‘과잉경쟁’이 일어나 개인의 책임을 지는 자유, 남의 의견을 존중하고 타협할 줄 아는 건전한 개인주의와 합리적인 판단, 합의된 계약이나 법과 규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준법정신이 충분히 갖춰지지 못했다.
이런 조건 없이 ‘군사정권 타도하자’고 외치며 너무나 갑자기 ‘민주화’를 이룩하는 동안에 정치제도와 경제사회적 조건, 이데올로기에 대한 연구와 검증 없이 수박겉핥기에 머무는 현실 인식을 하게 됐다. 또한 권리는 주장하나 의무는 저버리는 책임의식 실종, 가정의 붕괴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리고 민주화 과정에 권위를 우습게 보고 동양의 예의나 윗사람을 존중하는 미풍양속을 잃어 버렸다.
무엇보다 1969년 이후 북한이 경제적으로 내리막으로 가자 김일성은 ‘남한의 민주화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대남심리전을 전개해 한국의 대학가에 주사파 등의 세력이 생기게 된 것이 큰 부작용이라 하겠다.
이러한 것이 ‘통일운동’과 ‘6·15 선언’의 기반이 되었다.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김정일 정권은 물을 만난 듯 생기를 되찾았을 뿐 아니라 대량살상무기 미사일, 대남 장거리 포로 무장한 데다 핵무기를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6·15 선언의 부작용은 남한의 달러가 각종 명목으로 이동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등을 통해 민심이 증오와 분노의 대상을 북한이 아닌 남한의 역대정권, 기득권층, 재벌로 향하다가 심지어 ‘우리를 분단시킨 것은 미국’이라며 사실과 정반대의 해석을 하며 반미감정이 생기게 되었다.
현 정부 들어서 생겨난 각종 위원회가 결과적으로 북한은 선이고 남한의 역대정부는 악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 충분히 작용했다.
또 하나의 부작용은 한미관계의 급진적 악화이다. 미국이 대한민국의 건국, 공산권 남침 시 방위, 근대화 민주화 과정에 도움을 준 혈맹일 뿐 아니라 김정일의 핵과 대남적화 과대망상이 상존하는 시점에서 긴요한 우방인데 6·15 이후 현 정부 들어서까지 한미연합사의 변동 등 위험한 외교적 모험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햇볕정책’이라는 미명 아래 많은 대한민국의 지식인들로 하여금 북한 공산정권의 잔인성과 반민족성에 대한 진실을 거론조차 못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김정일의 잔인성에 대해 완전히 눈감고 거론조차 못하게 하는 분위기를 정착시켰고 공영방송에서조차 ‘김정일 위원장께서’라는 어투를 쓰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대한민국의 최우방이었던 미국마저도 외교적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만든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미북수교까지 진전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할 수 있다.
인간이 판단력과 인격의 통합력을 상실하게 되면 온갖 미신적 발상에 사로잡히듯이 오늘날 한국사회에는 혹세무민하는 지도자들이 창궐하고 있다. 인생을 성실하게 살아왔는지, 과연 애국심에 불타고 있으며, 도탄에 빠진 나라를 구할 능력이 있는지 검증되지도 않은 인사들이 적잖게 명함을 내밀고 있는 듯하다.
우선 자유민주주의의 신념에 바탕을 둔 정치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양극화가 심하다고 떠드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칼 마르크스가 선언한 계급적 적대의식의 부추김이나 갈등 조장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노리는 자들임이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다.
둘째, 정신구조 속에 사물을 삐딱하게 보는 편견이나 잘못된 신념체계가 없어야 한다. 어렸을 때 가난했다든가 고생을 했더라도 이를 창조적으로 극복했어야 한다. 만약 자신이 고생했다고 세상을 원망하고 복수심에 차 있으면 자학 심리에 빠지기 쉽다. 이런 사람이 정권을 잡게 되면 항상 증오의 대상을 찾아 공격을 하고 사람들이 사랑하고 화평한 것은 보지 못하고 대립, 반목, 갈등 속에 빠지도록 유도하며 국민의 시련, 고통을 보고 무의식적 쾌감을 만끽하게 된다.
셋째, 사회현실을 올바르게 파악하며 자신의 지난 삶의 시련을 통해 온갖 고생과 애로를 극복함으로써 사회의 구석구석 얽히고 설킨 진실을 체득한 사람이어야 한다.
넷째, 국제환경의 변화와 역동을 잘 이해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는 능력이 있는 지도자여야 한다.
다섯째, 사적 탐욕이나 사생활에 얽힌 고민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정치지도자가 어느 정도의 경제가 확보되어 있어야 부정부패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오늘날 정신적 혼란, 도덕적 아노미,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한 회의 등 온갖 사회병리를 극복하고 민족을 이끌 지도자는 개인적 영웅심이나 정권 쟁취의 야욕이나 허망한 가문의 명예욕 때문이 아니라, 진실로 겸허한 마음에서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가정, 사회, 조국에 대해 일생 갈고 닦은 실력과 모든 준비된 것을 바탕으로 진실로 헌신하고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신분석학적으로 문제가 없으며 정신병리적 왜곡이나 편견에서 자유로운 진실로 ‘성숙된 인격’의 소유자가 요청되고 있다.
11/28 인천대 행정대학원 강연
미래한국 2007-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