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손에 없으면 안절부절 당신도 스마트폰 중독?

by 사회병리연구소 posted May 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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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2118호] 2010.08.16.

 

직장인 박효상(32)씨는 지난 3월 아이폰을 구입한 후부터 스마트폰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매일 아침 스마트폰 알람으로 잠을 깨는 박씨는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에 입력된 스케줄과 주요 뉴스를 확인한다. 또 스마트폰으로 버스 도착시간을 확인하고 집에서 나갈 시간을 결정한다. 버스 안에서는 스마트폰에 저장해둔 MP3음악을 들으며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페이스북에 로그인해 답글을 남긴다.

 

회사에서 짬짬이 쉬는 시간에도 박씨의 손에서 스마트폰은 떨어지지 않는다. 최근 스마트폰을 통해 거래한 주식 시세를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점심 시간이 다가오면 맛집 정보를 찾아본다. 심지어 박씨는 화장실에 갈 때조차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스마트폰을 꼭 챙겨간다. 그의 하루는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잠자기 전까지 늘 스마트폰과 함께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삶의 방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정보 유통이 일상화된 현대인을 가리키는 ‘호모 모빌리스(Homo Mobilis)’란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스마트폰의 최대 장점인 다양한 기능으로 인해 일반 휴대폰이나 컴퓨터보다 중독 소지가 더 크다는 것이 그 이유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중독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남편의 스마트폰 중독을 호소하는 ‘스마트폰 과부’,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해 허리와 목에 무리가 생기는 ‘스마트폰 디스크’란 말도 등장했다. 지난 6월 스마트폰을 구입한 대학생 정유경(24)씨는 “스마트폰이 손에 없으면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어질 정도”라며 “기능이 한정된 일반폰에 비해 볼거리, 놀거리가 많기 때문에 중독성이 더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외 관심사 줄어

 

전문가들이 꼽는 스마트폰 중독의 초기 증상은 일차적으로 스마트폰 외의 관심사가 줄어드는 것이다. 또 스마트폰 중독자들은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점점 늘려 갈수록 기분이 좋아짐을 느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이 손에 없으면 금단(禁斷)현상을 느끼는 것처럼 불안하고 안절부절못하며 다른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스마트폰이 손에 없으면 불안감을 느낀다는 대학생 정유경씨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예전에 비해 책을 덜 읽게 됐고,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시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전보다 대폭 줄었다”며 “앞으로는 스마트폰 사용을 좀 자제해야겠다고 스스로 생각할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에 중독되면 불안, 적응장애 등 정신적 질환뿐만 아니라 신체이상 증상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보면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 액정화면을 주시하는 자세를 자연스럽게 취하게 된다. 이때 머리를 떠받치는 목과 허리는 자연히 아래로 구부러지고, 손가락은 액정화면을 쉴 새 없이 터치하느라 자세가 비틀어지거나 나빠진다는 얘기다.

 

강북삼성병원 신경외과 신현철 교수는 “구부정한 자세로 10분 이상 지속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면 척추와 목에 무리가 온다”며 “화면을 터치하는 손목 인대도 손상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신 교수는 “디스크의 초기증상으로는 목 뒤가 뻐근하고 어깨 통증이 오는 것”이라며 “스마트폰 사용 시 팔저림 현상까지 나타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가성근시·안구건조증도 유발

 

“스마트폰의 장시간 사용은 시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오랜시간 동안 3.5~4인치가량의 액정화면을 통해 작은 텍스트와 아이콘을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또 대개 손으로 스마트폰을 쥐고 아래로 화면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액정화면과 눈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시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드림성모안과 허영재 원장은 “작은 글씨를 가까이서 보게 되면 눈도 더 많이 조절을 해야 하므로 눈에 피로가 더 빨리 그리고 많이 오게 된다”며 “심하면 두통과 안구건조증, 그리고 시력이 나빠진 것은 아니지만 먼 곳이 흐려 보이는 가성근시(假性近視)를 유발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가성근시는 나쁜자세로 장시간 책을 들여다볼 때 나타나는 근시 형태로 초·중학생에게 많이 나타난다.

 

허 원장이 권하는 예방책으로는 일정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본 뒤에 먼 곳을 바라보거나 눈을 감고 2~3분 정도 쉬어주는 것이다. 또 안구가 건조감을 느낄 때는 시중에서 파는 인공눈물을 1~2방울 넣어주면 도움이 되며 눈 주위를 가볍게 마사지 해주는 것도 좋다고 한다.

 

 

자기절제 부족한 10대 요주의

 

KT에 따르면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의 70%는 20~30대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에 따라 10대들도 점차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 스마트폰 중독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에는 10대들도 스마트폰이 ‘과외선생님’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를 핑계삼아 부모들에게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호기심이 많고 자기절제가 부족한 10대들에게 스마트폰의 각종 다양한 기능은 심각한 유혹이 될 수 있다. 때문에 10대 자녀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주기 전에 부모가 먼저 활용 방법을 숙지해두고 사용시간과 패턴을 적절히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조희원 미디어중독예방센터 상담실장은 “기본적으로 스마트폰 중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미디어 사용에 대한 시간과 사용목적에 대해 탐색할 필요가 있다”며 “스마트폰을 과다사용하고 있다면 조절하려는 의지와 평소 자신의 사용습관에 대해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상창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스마트폰 중독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과정을 역으로 밟으면 중독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다. 치료의 과정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중독이 되게끔 만든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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