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40년간 한국 사회 진단해 온 정신분석학 대가

by 사회병리연구소 posted May 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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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 간 한국 사회 진단해 온 정신분석학 대가 백상창 박사

2005-09-14 [미래한국신문]

 

“정치학이 정치인들을 위한 학문이라면 정신분석정치학은 정치현상 전반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 건강한 사회를 만들려는 데 목적을 둔 학문입니다.”

 

백상창 소장은 정신과 의사로서 정신분석학을 정치학에 접목시켜 사회병리현상을 연구해 왔다. 정신분석정치학(Psychopolitics)은 세계적으로 백 소장이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90년 한국정신분석정치학회를 만든 후 93년 세계정치학회에서도 정신분석정치학 분과가 생겼다.

 

“모든 사회나 정치나 역사나 결국은 인간의 마음에서 나옵니다. 정신분석학에서 인간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축적한 지식과 정치학, 역사학, 철학 등을 접목한 학문분야입니다.”

 

그는 정신분석학 이론을 국내에 소개한 인물이기도하다.

50년대 연대 의대 재학 시절부터 정신분석학에 관심을 갖고 관련 서적들을 번역했다. 책 번역을 계기로 56년에 프로이트 탄생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국내에서 열렸다.

 

백 소장은 정신분석학에 대해 “자기 자신의 문제이지만 알 수 없는 영역인 무의식을 선명하게 알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59년 미국 워싱턴의 미 해군병원에서 근무할 당시 정신분석을 이용한 치료를 접했다. 그러나 환자 한 사람을 면담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다는 점에 한계를 느꼈다.

 

“의사가 하루에 7명의 환자밖에 치료할 수 없다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 이론을 살리면서 많은 환자를 볼 수 있는 방법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서양의 정신분석 이론과 동양철학을 합쳐서 ‘통찰정신분석’ 치료법을 개발했다.

 

“환자들에게 인간의 정신은 어떠하며 왜 정신적 상처를 받는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무엇인지에 대해 매주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환자들 스스로 왜 병이 생겼는지 깨닫도록 하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매주 열리는 집단치료강의는 지금까지 21년 동안 1030회가 넘게 열렸다. 집단치료가 시작된 미국에서도 큰 그룹이 25명 내외다. 백 소장이 해군병원, 세브란스병원, 국립정신병원, 서울가정법원 비행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도입한 그룹치료에는 80명 가량이 참여한다. 치료성과도 유례없이 높다.

 

◇ 백상창 박사

 

환자를 치료하면서 백 소장은 개인의 정신 뿐 아니라 사회병리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정신과 의사로서 많은 환자들을 만나면서 한국인의 불안, 갈등과 노이로제의 배경에는 가정의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백 소장은 1966년부터 서울 가정법원 조사관 및 조정위원으로 참여해 왔다. 가정의 병리현상 이면에는 사회의 병리현상이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그가 69년 만든 사회병리연구소는 정신분석학 외에도 법학, 교육철학, 사회학 등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백 소장도 77년부터 한국정치학회와 국제정치학회의 평생회원이 되어 정치학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가 말하는 정신분석정치학이다.

 

백 소장은 특히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분석연구로 알려져 있다. 그가 77년 하와이에서 열린 세계 제6차 정신의학회에서 발표한 ‘김일성의 정신분석’은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한국의 모든 사회병리는 궁극적으로 조국의 분단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분단문제와 이데올로기 갈등, 김일성 부자의 정신분석에 착수했습니다.”

 

김정일의 통치 행태는 ‘정신분석학적’으로 진단하자면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대망상적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즉흥적인 시책을 지시한다던지, 아웅산 폭파, KAL기 폭파 등 ‘통 큰’ 일을 저지르는 것이 그 예다.

 

백 소장은 386세대를 “외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한 세대”라고 평가했다. “6,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를 진행하면서 가져온 부작용 중 하나가 아버지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역할을 원칙과 교훈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권위체제에 반대하고 산업화와 건국을 부정하는 성향은 ‘아버지 없는 세대’의 성향입니다.”

 

40년 간 한국사회를 분석하고 진단해 온 백 소장이 오늘날 한국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병리현상은 물질중독증, 자기중심주의다. 그는 “근대화와 민주화 물결 속에서 낳은 부작용을 극복하고 성숙한 사회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과 의사로서 동서양의 이론을 합쳐서 연구한 통찰정신분석치료를 세계에 알리고 사회병리를 연구하여 건강한 한국사회를 만들고 건강한 통일을 이루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환자에게 있는 건강한 부분을 강화해서 병든 부분을 없애나가는 것이 정신병 환자를 치료하는 원리다. 남북문제도 마찬가지다. “남한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병적인 북한의 통치체제를 없애는 방법”이 그가 말하는 건강한 남북통일 처방이다.

 

백 소장의 관심은 개인정신에서 출발하여 가정의 문제, 사회의 문제로 확대되어 왔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백 소장의 바람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던 청년기의 마음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