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가정해체·왕따·자살 ‘슬픈 코리아’

by 사회병리연구소 posted May 2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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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해체·왕따·자살 ‘슬픈 코리아’

-2005 한국사회 ‘우울한 자화상’

- 2005.6.10 <문화일보>

 

급속도로 진행중인 노령화사회, 가정해체에 따른 청소년 문제, 장애인 인권, 학교폭력, 빈부의 양극화 상황,극빈층의 소외된 삶……. 2005년 우리사회의 우울한 자화상. 그 자화상이 언제쯤이나 환한 웃음 띤 모습으로 바뀔 수 있을까.

 

 

◈가정해체와 고령화, 청소년 문제 〓 치매증세가 있는 80대 노인 A씨는 부산 강서구 대저동 비닐하우스에 1주일간 감금된 채 생활하다 9일 발견됐다. 농사꾼인 40대 아들은 “내가 사는 집은 너무 협소해 마땅히 아버지를 모실 장소가 없었다”고 경찰에서 해명했다.

 

주민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비닐하우스 양쪽 통로는 자물쇠로 잠겨져 있었다. 노인의 주위에는 부패한 음식이 쌓여 있었다. 노인은 건네준 빵과 우유를 허겁지겁 먹어치운 뒤, 기력상실로 병원에 입원하고 말았다.

 

8일 서울 강북구 미아7동 모 아파트 화단에서는 김모(61)씨와 그의 어머니 변모(91)씨의 싸늘한 주검이 발견됐다. 김씨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겼다. 경찰은 주위 사람들의 진술을 통해 “숨진 김씨는 치매에 걸리고, 시력을 잃은 어머니의 병시중을 하면서 가족들과 갈등을 겪어왔다”며 신변을 비관한 노인 모녀의 동반 투신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혼한 부모와 떨어져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하던 여고생이 쉼터 건물서 투신 자살한 사건이 8일 벌어졌다. 이모(17)양은 지난 2003년 10월 이후 이혼한 부모의 곁을 떠나, 쉼터에서 생활해 오던 터였다.

 

이양은 16년전 부모님 이혼과, 계부와 이복 동생 3명과 함께 살면서 심한 마음 고생을 했다고 한다. 사회복지시설과 쉼터를 돌아다니던 이양은 결국 투신자살을 택했다. ‘남들처럼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다. 우리가 왜 떨어져 사나. 가족과 부대끼고 살고 싶다’는 짤막한 유서를 남긴 채였다.

 

 

◈절대 빈곤층 삶의 질 저하와 장애인 인권 문제 〓 9일 밤 10시 서강대교 남단. 교각위에 K(38), M(여·35) 부부의 신발이 발견됐다. 이들은 “아이들을 잘 부탁합니다”는 유서를 남겼다. 98년 K씨의 퇴사와, 억대의 빚이 투신 자살의 이유로 경찰은 추정했다.

이들 부부는 과일장사와 분식점 운영등으로 힘들게 버텨왔지만, 두 아이를 돌보고 사채 이자를 갚기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정신장애 3급 김모(여·31)씨는 지난 10년간 성매매의 수렁에서 헤매야 했다. 시골에서의 결혼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친정으로 돌아온 김씨는 부모 품도 떠나 서울로 올라왔다. 노숙을 하던 지난 96년 S주점 업주 류모(여·55)씨에게 성매매 업소로 끌려갔다.

 

김씨는 지난 10년간 하루 20여명까지 손님을 받았지만, 그간에 매달 목욕비 조로 5000원씩을 받은 게 보상의 전부였다. 경찰의 성매매업소 집중 단속으로 이 지긋지긋한 성매매에서 풀려난 김씨는 현재 자궁암을 앓고 있는 것으로 진단이 나왔다.

 

노동일을 하는 최모(40)씨는 지난달 생후 6개월된 병든 아들을 병원에서 무작정 퇴원시켰다. 건설공사 일을 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통에 병원비 마련이 여의치 않다는 게 이유였다. 태어나면서부터 폐렴 증상으로 위독했던 아들은 지난달 14일 퇴원한 뒤 20여일 만에 숨졌다. 최씨는 아들 주검을 야산에 유기했다. 최씨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경찰에 자수했다.

 

 

◈학교폭력과 왕따는 현재 진행형 〓 서울 서초동 모 중학 1년생 Y군(13)은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야 한다. 어머니 박모(48)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폭력과 왕따에 시달린 아들을 더이상 국내 학교에 보낼 수 없다”고 울먹였다.

 

그는 “학교폭력 척결의 정부 발표는 우리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고 했다. Y군은 체격이 왜소해 집단 괴롭힘을 당했고, 초등학교서 ‘왕따’ 학생으로 한번 입소문이 돈 이후, 학교가 바뀌어도 폭행의 늪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쉬는 시간마다 구타를 당하기 일쑤였고, 체육복을 갈아입을 땐 속옷을 벗긴 채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이 찍혔다.

 

 

◈전문가 진단과 대책 〓 한국사회병리연구소 백상창 소장은 “한국 사회가 지난 수십년간 길러온 가치관이 전도되고 판단기준이 상실되면서 에밀 뒤르켐이 말하는 ‘사회적 아노미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 소장은 “사람간 인정과 배려가 메말라가고, 자기중심적이며, 물직적 사고의 결과가 자살과 방화, 흉악범죄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사회전반에 새로운 윤리와 가치관을 심어주는, 에리히 프롬의 ‘희망의 혁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안호용 사회학과 교수는 “이혼과 자살, 경제문제등은 우리사회의 문제는 최근 수년간 지속돼온 것”이라며 “이런 사태는 단순히 개인의 심리차원의 문제가 아닌 만큼 가정 경제파탄, 아노미현상 만연, 사회안전망 부족 해결을 위한 다양하고 복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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