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붕괴의 비극과 건강한 가정의 길

by 사회병리연구소 posted May 26, 201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국 4H 신문 특별기고

2005년 5월 15일

 

1966년 필자가 정신과의사로서 서울가정법원에 공무원이 되어 참여한지 40여년이 되었다. 당시 한국사회는 민족의 가난의 한을 풀겠다는 근대화운동을 개시했으나 이혼율은 극히 적었다.

 

2005년 오늘날 보면 세계 10대 무역국, 최고 수준의 IT강국, 눈부신 산업 인프라를 구축한 위에 최단시일 안에 민주화마저 성공적으로 이룩해 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빛나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가정은 급속도로 붕괴되고 있고, 세계 최하위 이혼국에서 2대 이혼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극히 사소한 일로서 밑도 끝도 없이 다투다가 가출하는 부인, 자기를 몰라준다고 술에 만취되어 새벽에 귀가하는 남편 등이 늘어나고 있으며, 상대방에게 다른 애인이 생겼다고 부정망상(不貞妄想)에 사로잡혀 극도의 분노와 피해의식을 나타내기도 한다.

 

어째서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인가?

물질의 풍요와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가정붕괴가 급속도로 번져가는 첫 번째 이유는 한국 고유의 전통적 가족주의와는 반대로 '개인주의'와 '권리위주의 사상'의 만연과 관계가 있음은 물론이다. 상대방에의 배려와 공감의식은 사라지고 자기만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난 때문이다.

 

부부가 서로 다투고 자녀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는 이 부부갈등의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근대화와 산업화에 열중하는 가운데 상품이나 돈에 지나친 가치를 두는 물질중독증의 늪에 빠지게 된 점과도 관계가 있는 듯하다.

 

인간의 정신적 가치인 인간존중과 부부사랑, 자녀 사랑의 마음은 사라지고 쾌락주의와 자기 이익만 따지는 심리가 자리잡게 된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부부들이 마치 전생의 원수가 만난 듯 싸우는 세 번째 이유는 아마도 서양의 여권운동을 잘못 해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점과도 관계가 없지 않다. 여성의 권리의식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면 부부간에 사사건건 경쟁적 입장을 취하기 쉽다.

 

 

처방은 무엇인가?

부부갈등을 해소하고 가족구성원간에 엉킨 악성감정(증오,복수심,파괴의지)를 해소하고 조정하기 위해 서울가정법원(1963년 발족)이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가정법원은 파탄지경까지 이른 이들이 찾는 곳이라면, 이를 사전에 예방하고 서로가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는 길은 무엇인가?

 

첫째 길은 모든 가정의 부부들이 '성숙된 인격'을 갖도록 부단히 노력하는데 있다. 인간이 '성숙'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 화가 날 적에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아보기, 당장의 쾌락이 아닌 먼 미래의 기쁨을 생각하기, 권리주장에 앞서 책임을 다하기 등이 요청된다고 현대 정신분석학은 밝혀주고 있다.

 

가정붕괴를 막는 두번째 길은 부단한 '대화'에 있다. 가정운영과 미래상에 합의하기, 자녀양육과 경제생활의 애로, 자신들의 일상생활상 애로 등에 대해 성실하고 솔직한 대화를 가진다면 오해와 갈등이 해소될 것이다.

 

건강가정의 세번째 길은 우리 고유의 전통윤리를 되찾는데 있다. 너무 급속히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면서 개인주의, 자기위주, 물질지상주의 등에 빠진 점을 깊이 반성하고, '가족의 소중함' '부모에의 효심(孝心)', '자녀사랑과 양육의 의무' 등을 깊이 통찰할 일이다.

 

이런 자기헌신과 의무감을 깨우쳐주는 동양정신을 가진다면, 오늘날과 같은 가정붕괴와 사회병리현상의 비극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백상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