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이없는 대마초 합법화 논란

by 사회병리연구소 posted May 2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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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화나(Marihuana), 또는 학술명 칸나비스(Cannabis)로 불리는 대마초는 중앙아시아, 중동 등지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4,000년 이상 널리 재배돼 왔다.

 

이 잎을 태우는 연기가 환각작용을 일으키고,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오래 전부터 환각제로 사용돼 왔다. 특히 1960년대 산업화의 그늘 속에서 온갖 사회문제가 분출하면서 대마초는 미국 청소년들에게 급속하게 유행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번 대마초에 맛을 들이면 습관성 흡연자가 되기 쉽고, 심지어는 치유가 어려울 정도의 심한 중독증에 빠지게 된다. 미국은 물론 거의 모든 나라에서 대마초의 흡연, 소지, 거래 등을 불법화해 강력 단속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대마초의 피해는 심각하다. 어느 정도 피우면 가슴이 울렁거리는 심계항진이나 양 눈이 뻘겋게 되는 안검혈관 확장 등이 나타난다. 흡입량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빈혈증을 겪거나 때로는 식욕의 이상 증가로 돼지처럼 먹어대기도 한다.

 

장기간 사용 시에는 대뇌세포가 파괴되고, 인체 내 면역작용이 약화되며, 나아가 간질 환자 같은 발작증을 보이기도 한다. 남성의 경우 정자 수가 현저하게 감소해 성욕도 저하되고, 여성에게는 월경이상이나 기형아 출산가능성을 높인다는 보고가 나와 있다.

 

담배와 비교해 오히려 대마초의 해악이 적다고 하는 일부의 주장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마초가 결정적으로 위험한 것은 신체에 대한 악영향을 넘어 정신마저도 피폐화 시킨다는 점이다.

 

대마초 중독자들에게는 “죽어라!”는 등의 환청이 들리기도 하고,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가까운 동료나 상사가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믿기도 한다. 또 적지 않은 이들이 이른바 ‘의부증’이나 ‘의처증’ 등의 부정망상(不貞妄想)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 넣는다.

 

과거 대마초의 환각효과로 인해 “새처럼 날겠다”며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죽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도 빈발했다. 한마디로 마리화나는 개인은 물론, 가족과 사회를 망치는 환각물질이다. 그러므로 특히 청소년들이 휘말리지 않도록 엄중히 경계해야 한다.

 

진실이 이러한데도 요즘 일부에서 해괴한 이유를 들어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숨가쁘게 근대화와 민주화를 이룩해오는 과정에서 누적된 사회병리 현상들이 최근 들어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마구잡이로 분출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근대화운동’을 통해 우리는 오랜 가난의 한(恨)을 털고 세계 10대 무역규모를 자랑하는 선진 경제국으로 자리 잡았고, ‘민주화운동’을 통해서는 서양이 300년, 일본이 130년 이상 걸린 일을 20~30년 내에 이룩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미처 해결하지 못한 많은 그늘이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온갖 형태의 분열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고, 개인적으로 우울증이 만연해 자살도 급증하고 있다.

 

걸핏하면 싸우고 헤어지는 부모들도 인해 해체되는 가정 속에서 아이들은 애정결핍과 좌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럴 때 대마초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위험신호마저 나오고 있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백상창

한국사회병리연구소장ㆍ연세대 의대 임상교수

 

2005/03/0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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