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사회병리의 현주소 - 그 심층적 원인과 증상

by 사회병리연구소 posted May 2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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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병리현상을 연구하는 한국사회병리연구소 백상창 소장은 “지난 40년간 우리 사회의 정신병리학적 현상은 더욱 악화되고 위험스러워졌다”고 진단한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1960년대 미국사회를 보고 ‘100만명의 정신병리현상’(Folie a Million)이라 표현했는데 오늘날 한국사회가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미국보다 더 심화된 지경입니다.”

 

그는 정신분석학적으로 서양인의 노이로제 밑바탕에 아담과 이브에 대한 원죄의식이, 한국인의 스트레스엔 ‘본능적 욕구를 참아온 한’이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천부경 시대에는 하늘의 뜻을 받들라고 해서 참았고, 불교시대엔 ‘너는 없다’고 해서 참았고, 유교시대에는 삼강오륜이나 삼종지도 같은 가르침을 받들며 참아왔습니다.

일제강점기까지 참고 참았는데, 해방 후 서양에서 자유사상이 유입되며 수천 년 동안 고요하게 참아온 한이 부글부글 끓어 역동적인 한으로 분출된 것이죠.”

 

백 소장은 한민족이 쌓아온 본능적인 한을 크게 ‘못 먹고 배고픈 욕구를 풀어보자’는 ‘경제적 한’과 ‘억압된 나를 드러내 보이고 큰소리 쳐보자’는 ‘정치적 한’으로 나눈다.

 

다음은 그가 시대적으로 분류한 한국의 병리학적 증상이다.

1960년대 5.16군사쿠데타 이후 18년간 박정희 정권을 거치며 한국은 ‘경제적인 한’은 풀었지만, 그 부작용으로 ‘아버지의 부재 현상’이 나타났다.

 

아버지의 부재는 곧 전통정신을 계승할 사람이 없어졌음을 의미하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를 해결하지 못한 세대가 양산됐다는 것. 우리 사회에 속칭 ‘애비 없는 호로자식’이 늘었다는 이야기다.

 

5세 이후 아버지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 시기 한국의 아버지는 아침부터 새벽까지 돈 벌러 나가거나 해외로 파견근무를 떠나게 됐다.

아버지의 부재 속에 모자(母子)유착 현상이 강화됐고 자녀는 성인으로서 완전한 분리개체가 되지 못했다.

 

1980년대 이후 민주화 운동이 진행되면서는 ‘짓밟힘의 한풀이’로 대변되는 ‘정치적 한풀이’가 이뤄졌다고 설명한다.

 

서양에서는 수백 년에 걸쳐 이뤄진 민주화가 불과 20여년 사이에 이뤄지면서 부작용이 따랐다는 것. 민주화 투쟁과정에 군사독재에 대한 투쟁은 좋았지만, 모든 권위를 부정하는 습성이 생겼다.

그 결과 당장의 욕구에 얽매여 먼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이 결여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여권 신장으로 가정에 다툼이 빈번히 일어났고, 갈등의 심화로 가정 붕괴가 일어났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를 거치면서는 ‘이산가족의 한풀이’가 일어났다. 분단으로 흩어진 가족이 상봉하는 것은 좋았으나, 이 역시 대한민국의 모든 가치관이 전도되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그는 분석한다.

 

국가인권위원회, 부패방지위원회 등 수많은 위원회가 생기고 ‘과거에 한 일은 모두 나쁘다’는 식의 인식이 퍼지면서 개인이나 집단이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게 됐다.

 

이로써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잘 살아보자’는 물질중독증이 확산되며 자연스럽게 권력중독, 금전중독, 섹스중독, 인터넷중독 같은 악성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됐다는 것이 백소장이 분석이다.

 

“21세기를 사는 한국인들 중에 2중 3중 인격자가 많습니다. 오전에 회사에서 아주 얌전한 모습을 보이던 사람이 퇴근 후 갑자기 성질을 부리고 난폭해지는 사례를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사고와 감정이 일치해야 하건만, 일관성을 잃고 인격분열증세를 보이는 사람의 숫자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아내가 문을 늦게 열어줬다며 때리거나, 회사에 출근한다고 나간 사람이 며칠씩 연락이 없거나, 밤에 주차된 승용차의 타이어에 구멍을 내고 방화를 하거나, 지나가던 행인을 아무 이유 없이 살해하는 행동들이 다 이런 맥락에서 나온 징후라고 할 수 있다.

 

호박을 썰 때는 식칼을 사용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도끼로 호박을 자르려 하는 무모한 행동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회윤리의식이 저하되고 양심체계, 판단기준이 무너져내리면서 사람들은 스트레스 상황에 처해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백 소장의 말은 음미해볼만하다.

“앞으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동북아 시대를 열고자 한다면 어떤 경제정책이나 목적 없는 개혁보다는 100만의 정신병리현상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건강한 국가, 건강한 사회, 건강한 가정을 위해 헬시 마인드(Healthy Mind) 구축이 절실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신동아 2005년2월호(르포)를 참고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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