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한국사회 "조급증" 진단

by 사회병리연구소 posted May 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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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병’ 이대로 놔둘건가 ]한국사회 조급증 진단


한국사회병리연구소 백상창 박사는 한국 사회에 퍼져있는 ‘빨리빨리’ 조급증의 원인으로 무엇보다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 민족 근간의 ‘고요했던 한’이 ‘참지 못하는 한’으로 바뀐 것을 꼽는다. 일제강점, 분단, 전쟁 등을 겪으면서 내재됐던 한이 직설적으로 표출되는 형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40여년간의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빨리 움직이면 돈·이익·권력이 생긴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임기응변식 생존전략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인격이나 사회기여도가 아닌 감투 크기, 집 크기, 자동차 크기 등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한국인 특유의 공간주의적 사고와 가치관이 이에 윤활유를 더했다.


서울대 의대 강박클리닉의 권준수 교수는 이를 급격한 산업화와 누가 누구인지 금방 드러나고 쉽게 비교할 수 있는 단일민족의 특수성이 결합해 나타난 것으로 본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삶의 여유를 가지려는 노력을, 사회적으로는 성장위주의 정책 대신 복지나 환경분야에 힘을 집중하고 개성과 인격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음식을 화두로 삶의 속도를 늦추자는 슬로푸드운동(www.slowfoodkorea.com)을 펼치고 있는 경남대 김종덕 교수(사회학)는 압축적 성장과 비상구 없는 위기상황처럼 개인이 기댈 곳 없이 자신을 책임져야만 하는 빈약한 사회복지, 몇년 전부터 불고 있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바람에서 한국사회 조급증의 원인을 찾았다.


김교수는 이제 더이상 지구환경과 자원이 속도를 최우선으로 하는 문명과 사회운영법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어느 정도 경제적 성취를 이룬 국가들은 ‘쾌적한 성장(Smart Growth)’을 시작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제는 기존의 성장위주 패러다임을 벗어나 속도를 자연의 리듬으로, 경쟁을 다른 사람과의 연계로, 개인중심에서 공동체와 개인의 균형된 발전방식을 추구할 때라는 것이다.


이화여대 최준식 교수(한국학)는 대구참사도 결국 사람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이므로 대충 해도 넘어가고 굴러가는 사회를 졸업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숙제라고 말했다. 대충대충 해도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근거없는 낙천주의와 체면 등 전통의 찌꺼기를 버리고 규범과 질서, 규격을 중시하는 상층문화를 만들어갈 때라고 최교수는 강조했다.


〈이채린기자 cheris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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