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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위기 이후]“내 불행은 남 탓” 범죄 급증
한계상황 느끼는 소외계층 증가가 요인…죄의식 안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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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죽으면 너무 억울하다.”
“보훈병원에 불을 지르고 싶다.”
“지하철 같이 사람 많은 데서 함께 죽고 싶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의 용의자 김대환(57)씨가 세상을 비관하면서 말했다고 가족들이 경찰에서 진술한 것들이다. 김씨의 지병과 불우한 처지를 감안하더라도 사회에 대한 섬뜩한 살기를 느끼게 한다. 이번 방화도 이같은 반사회적 분노가 주요한 원인이 되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불우한 처지의 사람들이 사회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는 불특정 다수에게 분풀이를 하는 화풀이형 범죄의 증가는 그같은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 이번 대구 참사가 발생한 뒤인 지난 2월 19일 “평소 사회에 불만이 많았다. 대구 사고 같은 꿈을 꿨으며 종로쪽 지하철을 폭파하겠다”는 협박전화를 한 장애인이 경찰에 붙잡힌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런 유형의 범죄는 크게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가 작년 발생한 방화사건 719건을 분석한 결과 자신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방화가 136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9년의 101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 불만 해소용 방화는 불특정인이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골목길 차량 연쇄방화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구대 경찰행정학과 박순진 교수는 “방화는 불을 매개로 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직접 위해를 가하는 다른 범죄에 비해 죄책감이나 심리적 부담이 적다. 따라서 방화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선택하기 쉽다. 범죄를 저지를 배포가 적은 사람도 방화는 비교적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범죄수법이 된다”고 말했다.

 


●방화가 가장 손쉬운 불특정 범죄

물론 방화가 아닌 형태도 많다. 예를 들면 지난 2월 11일 부산시 당감3동 백양터널 부근에서 사제총기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총격이 이곳을 지나가던 차량을 향해 잇따라 가해진 것도 선량한 시민을 노린 무차별적 범죄에 속한다. 다행히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범인과 범행동기가 밝혀지지 않아 부산시민들은 여전히 공포심을 풀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2000년 8월 경기도 용인시에서 잠자던 주부와 등교길 여고생에게 황산을 투척한 30대는 경찰조사에서 “전과자라고 사회에서 나를 냉대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분풀이로 눈에 띄는 사람에게 황산을 뿌렸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인천시 계양구에서는 주택가에서 여자 어린이 2명이 이유없이 괴한의 흉기에 찔려 살해된 것도 유사한 사건으로 분석됐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사회가 급변할수록 자신을 사회 속의 ‘외딴 섬’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다. 결국 이들은 자기 불행의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우발ㆍ충동ㆍ증오 범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자신이 한계상황에 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더 이상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할 때 사회 전체에 대한 분노와 원한을 폭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유형의 범죄가 사회적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이라고 보고 있다. 곽 교수는 “이같은 사건이 이전에 없지는 않았지만 1991년 10월 한 남성이 여의도광장에서 훔친 프라이드 승용차를 마구 몰아 19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이 관심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범인 김모(당시 20세)씨가 시력장애와 불우한 가정환경을 비관, 자전거를 타던 무방비 상태의 어린이들을 향해 눈을 감고 차를 몰아 2명을 숨지게 하고 17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사건이었다.

당시 그의 범행동기가 큰 관심을 끌었다. 김씨는 경찰에서 “시력이 나쁘다는 이유로 양말공장에서 쫓겨난 뒤 부산의 신발공장에 다시 취직했으나 또 쫓겨났다. 이왕 죽을 바에야 세상에 복수하고 죽자는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무고한 제3자를 자신의 불만을 해소하는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에 대해 백상창 한국사회병리연구소장은 유교적 가치관의 붕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유교문화에서는 좌절ㆍ분노를 내면적으로 억압하거나 알코올중독, 밥굶기, 화병 등 자기학대로 해소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좌절ㆍ분노를 삼키기보다 남에게 떠넘기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것이 가정적으로는 이혼율의 급증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는 민주화 운동과 궤를 같이 하면서 독재자나 독재체제가 상당 부분 좌절ㆍ분노의 표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민주화가 어느 정도 성취돼 표적이 사라지면서 불특정 다수를 향한 좌절ㆍ분노로 전환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백 소장의 견해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는 1차적으로 개인적 문제점에서 비롯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들 중에는 정신적으로 문제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동국대 곽 교수는 “이들이 범행시 느끼는 한계상황은 객관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주관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상황에서도 이들이 사회에 대해 느끼는 피해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IMF 계기로 강력범죄 50% 늘어

정신과 의사들은 정신의학적으로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분노를 갖기 쉽다고 말한다. 사회의 정상적인 규범에 맞추지 못하는 성격인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남자의 3%, 여자의 1%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도시의 가난한 지역에서 많으며 혼란스러운 가정환경에서 빈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부모가 없는 가정보다 변덕스럽고 충동적인 부모가 더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알코올중독 전문병원인 다사랑병원(광주광역시 소재) 황인복 원장은 “반사회적 인격장애 환자들 중에는 알코올중독 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1년 한 해 동안 정신질환자가 일으킨 형사사건이 1447건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범죄가 특정 개인보다 불특정 다수를 향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반사회적 분노의 증가에는 사회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빈부의 양극화, 빈곤층에 대한 복지혜택 미흡 등이 환경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왕배 교수는 “우리 사회의 분화가 심화됨에 따라 빈곤층, 장애인, 외국인 근로자, 게이 등 소수집단이 명확해졌다. 그런데 사회이동ㆍ집단간 교류가 줄어듦에 따라 소수집단이 고착화하는 사회적 단절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들 집단의 불만이 자기 배출구를 찾기 힘들 때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사회에 대한 반항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익명성을 상대로 하는 범죄, 테러 등이 그 예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IMF위기가 그같은 현상을 심화시켰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대구대 박순진 교수는 “범죄통계상으로 볼 때 IMF 위기 직후인 1998년을 기점으로 살인, 방화 등 강력범죄가 50% 정도 늘었다. 이는 우리 사회 내 반사회성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구조조정 등에 따른 실업 증가, 평생고용 붕괴, 빈곤계층 증가, 가족 붕괴, 취약한 사회안전망 등에 의한 사회적 스트레스가 그만큼 가중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림대 사회학과 전상인 교수는 “IMF 위기 극복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이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부추겼다. IMF위기로 급증한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와 구제책이 충분치 못했다. 이들 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백상창 소장은 “우리 사회에서 물질ㆍ쾌락중독증을 배척하고 소외된 계층을 배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건전가정운동 등을 통해 사회윤리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기 주간조선 차장대우 ckkim@chosun.com)

2003.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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